2025년 3월 8일,
초봄 햇살이 따뜻해지기 시작한 날
다녀온 트레킹 코스입니다.
올해는 4월부터 여름이 시작된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날씨가 일찍 풀렸어요.
새벽엔 바람이 좀 차가웠지만,
해가 뜨자 금세 포근해졌습니다.
다음 주면 초록 새싹이 보일 것 같고,
햇볕이 강해서 썬크림은 필수였어요.


출발: 세검정
명동 영플라자 건너편에서
7022번 버스를 타고
상명대 입구에서 내려
30분 만에 도착했어요.
세검정에서 북악산 자락을 따라
걷기 시작했습니다.
세검정과 인조반정
세검정은 조선 인조반정(1623년)의
중요한 무대였어요.
서인들이 광해군을 몰아내고
인조를 왕으로 세우려 할 때,
이곳에서 비밀리에 모여
계획을 짰다고 합니다.
계곡 근처에서 칼을 갈며
다짐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요.
반정이 성공한 뒤
‘세검정(洗劍亭)’이란 이름이 붙었죠.
걷다 보니 그때의 긴박함이
살짝 느껴지는 듯했어요.

골목으로 들어가니 서울의 옛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바위 위에 집을 지은 걸 보니
인구 밀도가 얼마나 빡빡했는지
실감 났어요.
비 오면 계곡 물에 집이
떠내려갈까 걱정될 정도로
바짝 붙여 지었더라고요.
이 바위에 땅 주인이 있었을까,
등기가 된 걸까 궁금했는데,
개축 흔적 보니 허가받고
등기 올린 듯했어요.
“먼저 줄 긋는 놈이 임자”였던
시절은 언제 였던 걸까?
백사실계곡과 북악산 자락
북악산 자락을 오르며
백사실계곡을 따라
부암동 쪽으로 갔어요.
북악산 넘으면 바로 경복궁이라
양반들이 탐낼 만한 자리였죠.
지금은 별장 터만 남았는데,
주춧돌 위에서 커피 마시며
산세와 계곡 물소리 들으니
풍수지리 몰라도 좋은 곳이란 게
느껴졌어요.
여름이면 진짜 시원할 것 같아요.

백사실계곡과 이항복
백사실계곡은 조선 중기
명재상 이항복과 연결돼요.
임진왜란 때 이항복이 여기서
피난 온 백성들을 돌봤다고 해요.
계곡 물로 밥을 지어
나눠줬다는 기록이 있는데,
전쟁 중에도 이런 곳에서
잠시 숨을 돌렸을 백성들
생각이 떠올랐어요.
북악산 팔각정
북악스카이웨이를 옆에 두고
지그재그 길을 따라
팔각정으로 올라갔어요.
차 다니라고 만든 길이라
경사가 완만해서
숨차지 않고 천천히 걸었어요.
북악산 이름 유래와 과거
북악산은 서울의 북쪽을 지키는
산이란 뜻에서 ‘북악(北岳)’이라
불렸어요.
조선 시대 한양도성의
내사산 중 하나로,
경복궁의 천연 요새였죠.
임진왜란 때 왜군이 이 산을
넘으려 했지만 험한 지형 때문에
실패했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1.21 김신조 무장공비 사건과 폐쇄
1968년 1월 21일, 북한 무장공비 31명이
청와대를 습격하려 북악산을
침투 경로로 삼았어요.
세검정까지 내려와 창의문 근처에서
총격전을 벌였고,
29명 사살되고 1명 도주,
김신조만 생포되었어요.
이 사건으로 북악산은
군사보호구역으로 지정돼
1968년부터 38년간 일반인 출입이
차단됐습니다.
북악산 개방 역사 (이렇게 등산할 수 있던 때가 얼마 안됐다)
2006년 홍련사~촛대바위(1.1km),
2007년 와룡공원~창의문(4.3km)이
부분 개방됐어요.
2020년 11월 북측면,
2022년 4월 남측면까지
전면 개방되며
54년 만에 시민 품으로 돌아왔죠.
팔각정과 유명 장소
팔각정은 1960년대 만들어진
전망대 겸 휴식처로,
서울 도심과 북한산 봉우리를
볼 수 있어요.
숙정문(한양도성 4대문,
기우제 장소),
청운대(해발 293m 전망대),
곡장 전망대(성곽 역사 포인트)도
북악산의 명소예요.
올라가 보니 뷰가 좋아
왜 이런 곳들이 유명한지
알겠더라고요.
올라가니 북쪽엔 구기동, 평창동이
펼쳐지고,
남쪽엔 북악산과 남산 사이로
서울 시내가 보였어요.
구름이 좀 끼어서 시야가
맑진 않았지만,
그래도 눈이 즐거웠어요.
카페 레스토랑은 예전 명성 잃고
좀 썰렁한 분위기였어요.
스벅에서 커피 들고 와서 경치보면서 한잔하고 내려가면 좋을듯.


삼청동과 삼청공원
팔각정에서 삼청동으로 내려왔어요.
20분이면 삼청각 지나
아스팔트 길로 나올 수 있었는데,
운동량 채우고 싶어서
말바위 쪽으로 돌아
삼청공원까지 40분 걸었어요.

삼청동과 국보위
삼청동은 1980년대 국보위
사회정화분과위원회가
자리 잡았던 곳이에요.
삼청교육대 계획이 여기서
시작됐다고 오해받지만,
실제 교육대는 전방 군부대에서
운영됐어요.
경복궁과 청와대 근처라
당시엔 정치적으로
떠들썩했을 동네죠.
삼청각은 70~80년대
고위층이 정국을 논하던
요정이었어요.
점심: 백부장 닭한마리
삼청공원에서 종로로 내려가
백부장 닭한마리에서 밥을 먹었어요.
인사동 거쳐 좀 돌아갔더니
총 10km 딱 채운 느낌이었어요.
2인분 2만 8천 원이었는데,
닭 냄새 나고 느끼해서
별로였어요.
“명동 영양센터 전기구이 먹을 걸”
하며 아쉬움이 남았어요.

백부장 닭한마리 정보
1990년대부터 운영된 것으로
추정되는 종로의 오래된 식당이에요.
“옛날 맛 그대로”라는 평도 있지만,
“닭이 신선하지 않고 기름지다”는
의견이 더 많아요.
제 입맛에도 후자 였어요.
다음번엔 명동 영양센터
다음번엔 명동 영양센터를
가야겠음요!
명동 영양센터 정보
1960년에 문을 연 식당이에요.
대표 메뉴는
‘영양통닭’ 전기구이에
샐러드가 (양배추 그거 ㅎ)
곁들여져요.
“바삭하고 감칠맛 나서 좋다”는
호평이 많지만,
“가격이 좀 비싸다”는
얘기도 있어요. 하긴 물가가 다 올라서리 ㅜㅜ
총평
오늘 총 10km,
휴식 포함 4시간 반 걸렸어요.
계단 구간이 짧아서
무릎에 무리 안 갔고,
힘들면 아스팔트 길로 나와
마을버스 타고 내려올 수도 있는
코스라 누구나 체력 맞춰서
다녀오기 좋았어요.
특히 오르막이 완만한 도로 옆이라
힘들지 않았고,
구기동이랑 평창동 뷰 보면서
올라가니까 지루할 틈이 없었어요.
푸른 계절에 다시 와서
명동 영양센터에서
맛있게 마무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댓글